거리의 아이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지난해 경찰에 실종 신고된 가출 청소년은 1만5337명. 2005년 이후 해마다 3000명 이상 늘고 있다. 부모나 가족이 신고한 애들이다. 매년 2만5000여 명의 고교생이 학교를 그만두고 이들 중 일부가 가출한다. 전문가들은 집에서 신고하지 않은 애들을 포함하면 가출 청소년이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때의 반항심에 충동적으로 가출한 아이는 며칠 후면 집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돌아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다. 부모의 이혼과 재혼, 가정 폭력 등을 못 견디고 가출한 아이들은 집 대신 춥고 배고픈 거리를 택한다. 요즘 같은 경제위기가 찾아오면 가출이 크게 늘어난다. 중앙대 정경은(청소년학과) 강사는 “가출 청소년 중 63.4%가 다섯 번 이상 가출을 경험했다”며 “가족과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반복되는 가출을 막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의지할 데라곤 전국 77곳의 청소년쉼터가 유일하다. 학교는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 돌아간다 해도 반기지 않는다. 본지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가출 청소년 30여 명 중 교사가 찾아나선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유낙준 회장은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학교의 인성 교육 기능이 약해졌다”며 “미국처럼 교육청에서 쉼터로 교사를 파견하는 등 가출 청소년들이 계속 배울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집을 나온 아이들은 한창 성장할 시기에 ‘낙오자’로 사회에 편입된다. 서울시립금천청소년쉼터가 2008년 11~12월 서울지역 가출 청소년 203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 대부분은 밤새 거리를 배회하거나 PC방·유흥업소를 전전하고 오후에 하루를 시작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다. 기술이 없고 저학력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폭력이나 성매매 등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대전상담연구소 윤현영 소장은 “성매매·절도·폭력 등에 연루된 청소년은 대부분 가출한 애들”이라며 “이들이 성인이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